“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 삼성서울병원을 기점으로 창궐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해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은 23일 11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쳤다”며 “머리 숙여 사죄한다”라고 말했다.

허리를 굽혀 머리를 푹 숙인 이 부회장은 “특히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들, 아직 치료중이신 환자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이었다.

이 부회장은 “저희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다”며 “제 자신 참담한 심정이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한 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부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했던 음압병실도 충분히 갖춰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하는 한편, “이런 감염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예방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은 “말씀 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의료진은 한 달 이상 밤낮 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다”며 “이 분들께 격려와 성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삼성을 만들고 번창시킨 이씨일가(李氏一家)가 이번처럼 국민을 상대로 사과를 하거나 입장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08년 4월 22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과문 발표 이후 7년여만에 처음이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특검이 진행되는 등 위기에 처하자 “저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쳤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저는 오늘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들의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인 삼성 창업자 故이병철 선대회장은 지난 1966년 이른바 ‘한비사건’으로 불리는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 등으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동년 9월 22일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고 미디어와 학원 사업에서 은퇴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의료사업을 통한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할 목적으로 삼성생명공익재단에 의해 지난 1994년 건립됐다.